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추천도서)+감상평

한강 - 작별하지 않는다 『We Do Not Part』

duaidot 2026. 3. 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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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어 원문과 영문 번역판 『We Do Not Part』를 비교해 읽을 때, 같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감각을 준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먼저 한글 원문은 문장 자체가 지닌 ‘여백’과 ‘정서의 결’이 매우 섬세하게 느껴진다. 짧은 문장과 반복되는 이미지, 그리고 말하지 않는 부분들이 독자에게 천천히 스며든다. 특히 눈, 얼음, 침묵과 같은 이미지들은 한국어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운 울림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되며, 읽는 동안 독자는 감정을 직접 설명받기보다 분위기 속에 잠기듯이 체험하게 된다.

반면 영문판 『We Do Not Part』는 이러한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명확하고 직선적인 흐름을 보인다. 영어의 구조적 특성상 문장이 비교적 분명하게 정리되면서 독자는 서사의 흐름을 좀 더 또렷하게 따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국어 원문이 지닌 미묘한 여운이나 함축은 다소 옅어지는 느낌도 받았다. 특히 가장 크게 느껴지는 차이는 ‘침묵의 표현 방식’이다. 한국어에서는 생략과 여백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만, 영어에서는 그 침묵을 완전히 동일하게 유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판은 짧고 절제된 문장과 단절된 흐름을 통해 최대한 그 공백을 살리려는 노력을 보여주며, 이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 원문의 정서를 다른 언어로 재구성한 결과물이라고 느껴졌다.

이러한 언어적 차이는 단순한 표현 방식의 차이를 넘어, 일반 독자가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와도 깊이 연결된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결코 가볍게 읽히는 소설이 아니다. 빠른 전개나 뚜렷한 사건 중심의 이야기보다는 기억과 감정, 그리고 분위기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처음 읽을 때는 다소 어렵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아 거리감을 느꼈지만, 읽을수록 그 느림과 침묵이 이 작품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작품 전반에 흐르는 차갑고 고요한 분위기는 쉽게 몰입하기보다는 천천히 스며드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눈과 얼음, 침묵과 같은 이미지가 반복되며 감정의 결을 쌓아가는 방식은 일반적인 소설에서 기대하는 ‘재미’와는 다른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그래서 어떤 독자에게는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책을 덮은 이후에 남는 여운은 매우 깊다.

이 작품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기억하는 것의 의미’였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잊혀진 고통을 끝까지 붙잡고 있으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제목이 의미하듯, 이 작품은 누군가를 잊지 않음으로써 끝내 작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결국 이 소설은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지만, 한 번 읽고 나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쉽게 잊히지 않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한국어 원문과 영문 번역을 함께 읽을 때, 그 의미와 감정은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오며, 독자에게 깊은 사유를 남기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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