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비가 많이 내린다.
5층 옥상에서 내려다본 하천의 풍경은, 빗물에 쓸려 내려가는 듯 끝없이 흘러간다.
담배 연기도 빗방울에 스며들 듯 천천히 흩어지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내 인생이 어찌나 허망한지 생각이 든다.
오늘은 이렇게 저물어 가지만,
내일은 또 어떻게 하루를 버텨낼까.
백수의 삶도 이제는 지치고, 힘겹다.
담배가 빗물에 꺼져 갈 즈음,
하천 쪽에서 어디서 본 듯한 옷차림이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인다.
앗, 아내다.
몇 년 동안 백수 생활에도 잔소리 없이 대해 주는,
내가 사랑하는 아내.
하지만 아내를 볼 때마다 너무 미안하다.
미안하면서도 큰소리치고, 투정하며 누워 있는 나에게
밥 먹으라며 이불을 젖히면
“그냥 둬, 밥 먹기 싫어.”
라는 대답만 내뱉는다.
큰소리로 대답을 하면서도 답답한 생활은 이어졌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고…
시간은 점점 하루가 한 시간처럼 흘러가
어느새 6개월이 금세 지나버렸다.
누워만 있어서 그런 걸까,
정말 순식간이었다.
지금 이곳이 우리 집인 듯하지만,
몇 달 전 월세 살던 집에서 쫓겨나
지금은 고시원에 머물고 있다.
부부가 함께 고시원에 산다는 게
현실이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그때도 가끔 일을 했지만
월수입이 없어서 월세를 못 내는 날이 많았고,
보증금을 까먹고 또 까먹다 보니
조금 남은 돈으로,
아내가 알아봐 준 이 고시원에 오게 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고시원 주인분이 너무 좋은 분이라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수입이 없어
벌써 네 달째 월세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인분은 말하신다.
“직장 잡고, 그때 줘.”
그 한마디가
이 답답한 삶 속에서
작은 위로가 되어준다.
아내는 작은 회사에서 월급을 90만 원 정도 받는다.
하지만 이것저것 빠지고 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60만 원 남짓이다.
내가 백수 생활을 할 때, 아내에게는 카드가 세 장 있었다.
각각 한도가 천만 원씩 되었는데, 쓰고 메꾸고를 반복하다 보니
결국 금액이 불어나 연체까지 가게 되었다.
연체를 막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지만,
그마저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연체를 피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아내는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렸다.
결혼하기 전, 사업을 한다며 이것저것 손을 대다 보니
이미 그때 나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내마저 같은 처지가 되어버렸다.
두 모금 남은 담배를 끄고,
아내를 마중 나간다.
계단을 내려가며 문득 생각한다.
담배를 끊어야 할까.
그냥 생각만 한다.
아내를 보기가 너무 미안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