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바구니에 담아 간직하다 보면!!

지금 참 힘들죠? 근데 내일은 지금보다 덜 힘들거예요

힘든 건 오늘만이 아니다. 내일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계속될 것이다.

지금 수거하거 갑니다.[소설]

지금 수거하러 갑니다. 반나절

duaidot 2025. 12. 14. 02:58

참 비가 많이 내린다.  
5층 옥상에서 내려다본 하천의 풍경은, 빗물에 쓸려 내려가는 듯 끝없이 흘러간다.  

담배 연기도 빗방울에 스며들 듯 천천히 흩어지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내 인생이 어찌나 허망한지 생각이 든다.  

오늘은 이렇게 저물어 가지만,  
내일은 또 어떻게 하루를 버텨낼까.  
백수의 삶도 이제는 지치고, 힘겹다.  

담배가 빗물에 꺼져 갈 즈음,  
하천 쪽에서 어디서 본 듯한 옷차림이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인다.  

앗, 아내다.  

몇 년 동안 백수 생활에도 잔소리 없이 대해 주는,  
내가 사랑하는 아내.  
하지만 아내를 볼 때마다 너무 미안하다.  

미안하면서도 큰소리치고, 투정하며 누워 있는 나에게  
밥 먹으라며 이불을 젖히면  
“그냥 둬, 밥 먹기 싫어.”  
라는 대답만 내뱉는다.  

큰소리로 대답을 하면서도 답답한 생활은 이어졌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고…  
시간은 점점 하루가 한 시간처럼 흘러가  
어느새 6개월이 금세 지나버렸다.  
누워만 있어서 그런 걸까,  
정말 순식간이었다.  

지금 이곳이 우리 집인 듯하지만,  
몇 달 전 월세 살던 집에서 쫓겨나  
지금은 고시원에 머물고 있다.  

부부가 함께 고시원에 산다는 게  
현실이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그때도 가끔 일을 했지만  
월수입이 없어서 월세를 못 내는 날이 많았고,  
보증금을 까먹고 또 까먹다 보니  
조금 남은 돈으로,  
아내가 알아봐 준 이 고시원에 오게 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고시원 주인분이 너무 좋은 분이라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수입이 없어  
벌써 네 달째 월세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인분은 말하신다.  

“직장 잡고, 그때 줘.”  

그 한마디가  
이 답답한 삶 속에서  
작은 위로가 되어준다.  

아내는 작은 회사에서 월급을 90만 원 정도 받는다.  
하지만 이것저것 빠지고 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60만 원 남짓이다.  

내가 백수 생활을 할 때, 아내에게는 카드가 세 장 있었다.  
각각 한도가 천만 원씩 되었는데, 쓰고 메꾸고를 반복하다 보니  
결국 금액이 불어나 연체까지 가게 되었다.  

연체를 막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지만,  
그마저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연체를 피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아내는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렸다.  

결혼하기 전, 사업을 한다며 이것저것 손을 대다 보니  
이미 그때 나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내마저 같은 처지가 되어버렸다.  

두 모금 남은 담배를 끄고,  
아내를 마중 나간다.  

계단을 내려가며 문득 생각한다.  
담배를 끊어야 할까.  
그냥 생각만 한다.  
아내를 보기가 너무 미안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