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서 남는 감정은 묘하게 “우스꽝스러운 물건 하나가 인생을 바꾼다”는 당혹감과, 그 당혹감 너머에 숨은 어떤 진실의 무게였다. 레더 호젠이라는 반바지는 이야기의 겉모양을 우스워 보이게 만들지만, 실제로는 ‘사소한 계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 있던 감정이 한순간에 형태를 얻는 도화선처럼 느껴졌다. 어머니가 독일에서 혼자 여행을 하며 느낀 해방감, 낯선 풍경과 친절한 사람들 속에서 되살아나는 감정들은 “가정”이란 이름으로 눌려 있던 자아가 잠깐이라도 숨을 쉬게 되는 순간 같았다. 그 자유의 경험이, 돌아가야 할 일상과 남편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 버린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어머니가 이혼을 결심한 이유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인 노인들과 모델이 된 남자가 농담을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