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비가 많이 내린다. 5층 옥상에서 내려다본 하천의 풍경은, 빗물에 쓸려 내려가는 듯 끝없이 흘러간다. 담배 연기도 빗방울에 스며들 듯 천천히 흩어지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내 인생이 어찌나 허망한지 생각이 든다. 오늘은 이렇게 저물어 가지만, 내일은 또 어떻게 하루를 버텨낼까. 백수의 삶도 이제는 지치고, 힘겹다. 담배가 빗물에 꺼져 갈 즈음, 하천 쪽에서 어디서 본 듯한 옷차림이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인다. 앗, 아내다. 몇 년 동안 백수 생활에도 잔소리 없이 대해 주는, 내가 사랑하는 아내. 하지만 아내를 볼 때마다 너무 미안하다. 미안하면서도 큰소리치고, 투정하며 누워 있는 나에게 밥 먹으라며 이불을 젖히면 “그냥 둬, 밥 먹기 싫어.” 라는 대답만 내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