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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추천도서)+감상평

가시고기 – 조창인 / 부모와 자식 간의 미안함

duaidot 2025. 12. 28. 14:00

『가시고기』는 읽는 내내 마음을 조용히, 그러나 깊게 아프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슬프다”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오히려 말을 잃게 되는 침묵이 먼저 찾아온다. 그 침묵 속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부모라는 존재, 특히 아버지의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가장 강하게 다가오는 감정은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라 부끄러움이다.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과연 나는 누군가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 아니, 과연 나는 누군가의 고통을 진심으로 대신 아파해 본 적이 있었을까. 『가시고기』는 독자를 안전한 거리에서 울게 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방식으로 아프게 한다.

작품 속 아버지는 영웅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그는 강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경제적으로 무너지고, 인간적으로 흔들리며, 때로는 절망 앞에서 도망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가시고기』의 부성은 이상화된 사랑이 아니라, 끝까지 남아 있는 책임으로 다가온다. 사랑이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준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아버지의 모습은 더욱 가슴 아프다. 아이는 아버지를 ‘멍텅구리’라고 부르면서도, 그 누구보다 아버지의 슬픔을 정확히 알아본다. 어른보다 아이가 더 어른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반복되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이가 겪는 병의 고통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아버지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자각이다. 이 부분은 단순한 신파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진짜 고통을 건드린다.

『가시고기』라는 제목은 이 작품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는다. 가시고기는 새끼를 위해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보호하는 물고기다. 이 상징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아버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삶을 조금씩 깎아 먹는다. 자존심, 건강, 미래,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욕망까지도. 그 과정은 숭고하면서도 처절하다. 이 사랑은 아름답기보다는 잔인할 만큼 진실하다.

또 하나 인상 깊은 점은 이 소설이 삶의 불공평함을 미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은 왜 하필 아이에게 왔는지, 왜 이 가족이어야 했는지에 대한 답은 끝내 주어지지 않는다. 작가는 삶이 반드시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불공평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태도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이 바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사랑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가시고기』는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사랑이 끝까지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으며, 오히려 초라하고 고통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더 진짜처럼 느껴진다.

『가시고기』는 눈물을 강요하는 소설이 아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눈물이 흐르고, 그 눈물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슬픔 때문이기도 하고, 감사 때문이기도 하며, 지금까지 너무 쉽게 당연하게 여겨온 부모의 사랑에 대한 뒤늦은 깨달음 때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부모가 읽으면 자식에게 미안해지고, 자식이 읽으면 부모에게 미안해지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미안함은 단순한 감정에 그치지 않고, 사람을 조금 더 다정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바로 그 점에서 『가시고기』는 오래된 소설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