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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추천도서)+감상평

당신이 어찌하여 이 세상에 있습니까 - 강계순

duaidot 2025. 12. 27. 08:32

이 글은 사랑을 사건이 아니라 존재의 변형으로 다룬다. 화자는 사랑을 만남의 기쁨으로 시작하지만, 그 기쁨은 곧 슬픔과 인내, 고독으로 스며든다. 사랑은 환희를 주는 동시에 자아를 무너뜨리고, 그 붕괴 위에서 더 넓은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는 통찰이 글 전반을 관통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사랑을 기도에 비유하는 대목이다. 사랑은 소유의 욕망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행위이며, 그 과정에서 인간은 이전의 논리와 에고를 내려놓는다. 그래서 이 글의 사랑은 달콤함보다 경건함에 가깝다. 눈물, 기다림, 절제는 고통의 표식이 아니라 정화의 흔적으로 제시된다.

문학과 철학의 인용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화자의 체험을 보편의 층위로 끌어올리는 장치로 작동한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릴케와 김춘수, 유치환과 이영도에 이르는 참조들은 사랑이 시대와 개인을 넘어 반복되어 온 인간의 근원적 질문임을 환기한다. “당신이 어찌하여 이 세상에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결국 “나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으로 되돌아온다.

이 글이 오래 남는 이유는 사랑을 완성으로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랑은 불완전함을 끌어안고 계속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제시된다. 슬픔을 감수하는 용기, 타인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려는 결단, 그리고 그 결단이 낳는 책임—이 모든 것이 사랑의 실체로 드러난다. 그래서 읽고 나면 감동보다 먼저 침묵이 찾아온다. 사랑을 쉽게 말할 수 없게 만드는, 단단하고 고요한 여운 때문이다.

요컨대 이 글은 연애의 기록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깨어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사랑을 겪어본 이에게는 자신의 상처를 비추는 거울로, 아직 그 길에 서지 않은 이에게는 한 번쯤 마음을 정돈하게 하는 등불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