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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추천도서)+감상평

공지영 장편소설 고등어

duaidot 2025. 12. 28. 13:43

『고등어』는 격정적인 사건으로 독자를 끌고 가는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사소해 보이는 일상과 감정의 미세한 결을 통해,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흔들리고 무너지고 다시 버텨지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읽는 내내 화려하거나 극적인 장면보다, 마음 한쪽을 계속 건드리는 서늘한 여운이 남는다. 마치 비린내가 쉽게 가시지 않는 고등어처럼, 이 소설의 감정 역시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다.

이 소설에서 인상 깊은 것은 사랑의 모습이다. 『고등어』에 등장하는 사랑은 이상적이지도, 완전히 순수하지도 않다. 오히려 비겁하고, 미련하고, 쉽게 타협하는 사랑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사랑은 현실적이다. 인물들은 옳고 그름을 모른 채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선택이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스스로를 더 깊은 혼란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못한다. 이때 느껴지는 감정은 분노보다는 연민에 가깝다.

특히 인물들의 내면 독백과 감정 묘사는 매우 섬세하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하루를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는 끊임없이 후회와 욕망, 체념이 교차한다. 작가는 이 복잡한 심리를 과장하지 않고, 조용히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는 인물을 판단하기보다, 어느 순간 그 인물의 마음속에 들어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고등어』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쓸쓸함이다. 그것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다. 사람들은 관계 속에 있지만 고립되어 있고, 말을 하고 있지만 진심은 닿지 않는다. 이런 고독은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고독이며, 그래서 더 많은 독자에게 공감을 준다. 이 소설을 읽으며 “저건 소설 속 이야기야”라고 선을 긋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목인 ‘고등어’ 역시 매우 상징적이다. 고등어는 값비싼 생선도 아니고, 귀하게 대접받는 존재도 아니다. 흔하고, 비린내가 나며, 쉽게 상한다. 하지만 동시에 고등어는 우리 식탁에서 아주 익숙한 존재다. 소설 속 인물들 역시 그렇다. 특별히 악하지도, 특별히 선하지도 않으며,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서 흔들리고 상처 입고 살아간다. 고등어라는 제목은 인간의 삶과 사랑이 가진 속됨과 진실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은유처럼 느껴진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이 소설이 어떤 명확한 결론이나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런 삶도 있다”고 조용히 내민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에 도달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인물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깊이 공감할 수도 있다. 이 열린 결말과 태도는 『고등어』를 오래 남는 작품으로 만든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시간은 반드시 사람을 바꾼다는 사실이다. 인물들은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오랜 시간을 돌아가고, 그 선택의 무게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온전히 드러난다. 그 과정은 조용하고 느리지만,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은 젊은 시절보다는, 어느 정도 삶을 살아본 뒤에 읽을수록 더 깊게 다가온다.

『고등어』는 화려한 문장으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작품이 아니다. 대신 낮은 온도로, 꾸준히 마음을 적신다. 읽고 나면 후련함보다 묵직한 침묵이 남고, 그 침묵 속에서 독자는 자신의 삶과 사랑을 되돌아보게 된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소설은 “좋았다”라고 쉽게 말하기보다, **“오래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