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시장 1』은 제목 그대로 인간이 시장처럼 거래되고 평가되는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느낀 점은, 이 소설이 단순히 한 인물의 성장기나 사회 비판 소설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권력·폭력·욕망 속에서 상품화되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은 거칠고 폭력적이지만, 그 안에는 단순한 악의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담겨 있다. 기찻길 옆 동네, 왕초 놀이, 계급장과 폭력의 질서 속에서 아이들은 이미 어른 사회의 축소판을 살아간다. 이 부분을 읽으며, 폭력은 개인의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조차 이미 권력과 지배, 복종의 논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주인공의 냉소적이면서도 날것 그대로의 독백이다. 종교, 권위, 도덕, 교육 제도에 대한 그의 시선은 거침없고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위선적인 시스템에 대한 정직한 분노처럼 느껴진다. 성직자, 교사, 어른들이 말하는 ‘선’과 ‘질서’가 실제로는 약자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도구가 되는 장면들은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가족 이야기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극성스럽지만 동시에 아이를 향한 집요한 기대와 애정을 가진 어머니의 모습은, 사랑과 폭력이 얼마나 쉽게 뒤섞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머니의 믿음, 미신, 종교, 굿판 장면들은 비이성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매달릴 수밖에 없는 마지막 희망처럼 느껴졌다. 그 모습은 비웃기보다는 안타깝고 서글프다.
『인간시장 1』은 웃음이 섞인 표현 속에서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왜 타인을 지배하려 하는가?
권력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정의와 도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소설의 세계에서는 사람의 가치가 인격이나 존엄이 아니라 쓸모, 힘, 이용 가능성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제목 ‘인간시장’은 과장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처럼 느껴진다. 읽다 보면 불쾌하고 거칠지만, 그만큼 현실을 외면하지 않게 만든다.
또 하나 인상 깊은 점은, 이 작품이 독자에게 쉽게 공감이나 위로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선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다. 그는 상처받았고, 동시에 상처를 주는 존재다. 그 모순된 모습이 오히려 인간을 더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읽고 나서 “재미있다”기보다는 **“생각이 많이 남는다”**는 느낌을 준다.
『인간시장 1』은 편안한 독서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거칠고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이면, 인간의 본성, 권력과 폭력의 구조를 직면하고 싶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인간을 대하는 기준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과연 얼마나 인간적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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