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바구니에 담아 간직하다 보면!!

지금 참 힘들죠? 근데 내일은 지금보다 덜 힘들거예요

힘든 건 오늘만이 아니다. 내일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계속될 것이다.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추천도서)+감상평

[무라카미 하루키] 풀사이드

duaidot 2026. 1. 11. 14:53

1) 작가의 시점: “나”는 주인공을 해부하지 않고, ‘프레임’을 만든다

이 글의 화자는 1인칭이지만, 감정적으로 밀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카메라처럼 거리를 유지하며 “그가 말한 것”을 기록하는 태도를 취합니다.

✅ ‘나’의 시점 특징 3가지

① 기록자(편집자) 시점

  •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이야기한 대로 적고 있다”
  • “각색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는 이야기한 대로”

즉 화자는 스스로를 증언자로 위치시킵니다.
이건 독자에게 “이 이야기는 소설이지만, 고백에 가깝다”는 현실감을 줍니다.

② 해석하지 않는 시점
‘나’는 주인공의 눈물이나 공허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왜 우는지”조차 주인공이 모른다고 말하고 그대로 둡니다.

작가는 “정답”을 주지 않고, 독자가 그 공백을 느끼게 합니다.

③ 관찰 프레임이 ‘풀’이다
풀과 수면, 빛, 공백(수면과 수저 사이의 이상한 거리감)을 길게 묘사하죠.

이 풀은 그냥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의 상태(공허, 투명, 분리감)를 시각적으로 바꿔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2) 감상평: ‘성공한 삶’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의미”가 빠져나간다

이 작품의 공포는 실패나 비극이 아니라,
모든 것이 갖춰졌는데도 원인이 없는 눈물이 터져 나온다는 데 있습니다.

  • 돈 ✅
  • 건강 ✅
  • 결혼 ✅
  • 연인 ✅
  • 취미/레코드 ✅
  • 성취 ✅

그런데도 울음이 나온다.
이건 “불행”이 아니라 정체(停滯) 또는 **공허(空虛)**의 문학이에요.

📌 핵심 감정: “반환점”이 아니라 “정체를 확인한 순간”

주인공은 35세를 반환점으로 ‘정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환점이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라기보다,

“이제부터는 뭘 해도 예전처럼 새롭지 않을 것 같다”
는 감각을 확인하는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3) 작품의 ‘우스꽝스러움’은 어디에 있나

주인공은 “이 이야기의 우스꽝스러움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죠.
그 질문 자체가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내가 느낀 ‘우스꽝스러움’은 이런 종류예요:

🎭 ① 계산으로 삶을 관리해도 ‘이름 없는 감정’은 남는다

그는 수영 선수처럼 인생을 분할하고,
치아/피부/운동/식단/수입/연애까지 관리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관리의 밖에서
정체불명의 슬픔이 한 번에 올라옵니다.

→ 관리 가능한 삶의 바깥에 있는 무언가가 드러나는 순간이 “우스꽝스럽다”기보다 처연합니다.

🎭 ② “거짓말을 싫어한다”는 사람이 가장 조용하게 거짓말을 한다

그는 “거짓말을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2년간 바람은 아주 조용히 유지됩니다.

그리고 고백을 “소설로 발표해도 좋다”고까지 말합니다.

이게 정말로 “정직함”인지,
아니면 정직해 보이고 싶은 욕망인지,
혹은 죄책감을 미학으로 치환하는 방식인지…

이 지점이 가장 섬세하고 복잡합니다.


4) 느낀 점: 이 글이 무섭게 현실적인 이유

읽고 나면 남는 건 도덕 판단이 아니라 이런 질문이에요.

  • “나는 잘 살고 있는데, 왜 허전하지?”
  • “행복한데 왜 눈물이 나지?”
  • “내가 원하는 건 다 얻었는데, 그 다음은 뭐지?”

이 작품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독자에게 그 질문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게 오래 남아요.


5) 마지막 장면이 주는 여운

화자는 마지막에 말합니다:

  • 지금도 그와 풀에서 만나지만,
  • 복잡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이게 되게 잔인하고 정확한 결말 같아요.
사람은 인생의 핵심 고백을 했는데도
세상은 다시 “날씨/콘서트/근황”으로 돌아갑니다.

그렇다고 그 고백이 사라지는 건 아니고,
그저 어딘가에 남아 있을 뿐이죠.
그게 문학이기도 하고요.